0

 

 

시와 이야기하지 않은지 3주가 되어간다. 나에게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는지 원망스럽다. 어떤 삶은 나를 도려내어야 안온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아니지, ‘나만을’ 도려내야 굴러간다는 사실이 아픈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는 너무나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 보이고 들리니까. 단지 그 일을 상기시키는 나라는 존재만 없으면 되는 것이었다는 게 시리게 아프다.

각자의 평안을 찾자고 한 것은 나니까 의연해져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지옥 같다. 왜 잃기만 하는 것은 내 쪽인지 묻고 싶다.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한 일이 나를 뺀 나머지를 다 잃게 하는 일인 줄은 알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해왔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그와 가까웠던 모든 사람들이 그의 갑작스러운 부존재를 걱정한다. 앞으로의 생계를, 앞으로의 진로를 걱정한다. 오가는 말들 속에서 나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 한편에서, 나는 생계와 진로를 잇지 못하게 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동시에, 모든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나는 거리 두고 싶은 사람이다. 어떻게 자책하는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0에서부터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때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