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969일차 - 이 폭탄을 어찌할 것인가

 

 

 

어쩌다보니 폭탄 같은 아이를 후배로 맞게 되었다.

이 애가 들어오면서 나는 그제야 비로소 막내를 탈출할 수 있게 된 것인데,

막내 딱지를 뗀지 3주밖에 안됐는데 막내 시절이 너무도 사무치게 그립고 그립다.

 

새로 온 신입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은 모양새인데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 이토록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구나,를 새삼 깨닫고 있다.

그 애를 보면서 나는 요즘 줄곧 나의 지난 모습을 돌아보고 있다.

 

나를 따스히 맞아주었던 선배들이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고(그리고 여전히 내 편 들어주는 선배들도)

나는 어떻게 그렇게 해냈었지;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2년 넘게 방황하면서 눈치가 너무 발달해버린 덕이겠지.

그 생각을 하면 자기연민의 마음이 생겨나기도 해서, 암튼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마음이다.

 

나는 정말 그 애를 그냥 내버려둬버리고 싶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모습 중 하나는, 1 아니면 100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인데

그 애에게는 자꾸만 0이 되고싶어진다.

어떻게 해도 100이 되지 못할 것 같거니와, 100으로 대하여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 같아서

100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다.

정 붙이기도, 인사이트를 나눠주기도, 그냥 다 싫다.

 

동시에, 100의 마음이 먹어지지 않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내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때마다 한없는 좌절감이 들기까지 한다.

그래서 지난주는 그냥 미제 상태로 그 아이를 내버려두었다.

 

 

그래도 이렇게 영영 내버려둘 순 없기에, 잠이 안오는 밤 컴퓨터를 켜서 문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상담선생님이 코치해 준 것이 마음에 와닿은 덕이다.

그 애와 티타임을 갖고 뭐가 힘든지 좀 들어보려했는데, 선생님이 추천해주신건 좀 더 명료하고 따끔한 형태의 조언이었다.

그게 그 애한테도 나한테도 훨씬 나은 접근법일 것 같아 그리 해보려고 한다.

다음주에는 팀장님과도 면담을 갖고, 그 애와도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지.

새 둥지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일이 그 애에게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한폭탄 같은 그 애를 계기로 조금 더 열심히 나를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후배를 들이고 사람구실 하도록 키워나가는 것도 내 인생수습의 한 페이지가 되겠지. 선생님도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게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담주부터 어디한번 니 뇌관을 찾아보자 이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