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1238일차 - 5월 4주의 낡고 넓은 마음

- 화요일은 하루종일 화가 가라앉지 않는 날이었다.
- 오전에 집중해서 처리하려던 업무는 다른 업무가 주어지는 바람에 어그러졌다. G의 업무를 시급히 도와줘야해서 내 일은 잠시 미뤘고(이때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일하는 도중에 협업사측에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해와서 인류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별 같잖은 이유로 모든걸 엎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 화가 났다. (이렇게나 말을 바꿀거면 협업하겠다는 소리는 왜 한건지 애초에;;)

- 점심시간에는 내내 H의 썰을 들어야했는데, Y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알겠으나 거듭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는데도 자꾸만 도돌이표처럼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니 더는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내 소중한 한시간반이 거기에 쓰이다니. 27일의 MH 모임도 가기가 싫어져버렸다. 벌써부터 피로함. 그냥 모르고 싶은 일, 관여하고 싶지 않은 일.


- 오후 시간에는 S 관련 일이 터졌다. S는 불 같은 성격을 갖고 있고, s는 이 일이 처음인 상대적 약자. 중간의 과장님 팀장님도 의견이 각자 다르시길래 S 선배한테 그냥 우리가 찾아뵙고 오해가 생긴 지점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성사된 자리, 선배가 말문을 먼저 열었는데, s가 오는 순간부터 앞뒤 가리지 않고 화난 어조로 말하는 통에, 나는 과장님 s S 사이에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해야 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이런이런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저희쪽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진건 조금 무리한 요구 같다. 가능한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않느냐, 그러니 다시 한번 방안을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겨우겨우 잘 정리했고 과장님도 수용하셔서 무사히 내려왔는데.. 문제는 내려와서였다.


- 실장님께 보고를 드리자고 해서 나란히 앉아 보고를 드렸고, 역시나 s씨와 그 팀 탓을 하며 화를 내기에 나는 또 최대한 원만하게 그의 말을 통역했다.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고, 중간에라도 우리랑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맞추어 진행했을텐데 지출 단계에와서야 그 사실을 통보받은 상황이었다고. 실장님도 팀장님 역할까지 대신 수행하느라 난감해하시는 통에 선배의 그런 날선 말들을 보고로 올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냥 진행되어온 경과와 앞으로의 가능성, 실장님의 도움 필요 부분 정도만 드라이하게 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암튼 진행 상황을 공유드리고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한 상태라는 점까지 말씀드렸고, 연락을 주시기로는 했지만 아마도 a나 b 중 한 방법으로 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자리를 잘 마쳤는데…. 한 30분 뒤쯤 O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S를 발견했다. 내용을 듣자하니 이번에 만든 카드뉴스에 대한 개별 보고(왜 하필 개별보고? 힘든 이야기는 같이 보고하자더니 성과는 자기 혼자. 백번 양보해서 자기가 품 더 많이 들였으니 그렇다고 친다하자)에 이어서, ㄱ팀과의 협의에서 본인이 했던 일들에 대한 어필, 이 일의 어려움에 대한 어필, 각종 어필을 장장 15분을 내리.. 어깨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져버렸다. 저렇게나 영역 표시를 하고 싶을까. 그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 하루종일 이어진 짜증에 정점을 찍은 건 P였는데, 혁신 자료를 작성해야하는데, 우리팀에서 작성해야 할 내용이 많은 상태였고 내일 당장 제출해야 하는 자료였다. 본래는 총괄 담당자가 가르마를 타서 뿌려주거나 초안을 작성해야하는데, 나한테 냅다 메일을 던져주고는 살펴보라고. 어떻게 쓰는 거냐고. 나도 내 업무로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알려고 하지도 않고 던지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함께 저녁을 먹는 내내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야근은 열한시까지 이어졌고 J선배한테 슬픈 마음을 조금 토로하고서야 집에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마음이 지옥인 날은 화요일까지 이어졌다.
- ㄱ팀과도, ㄴ팀과도 모든 협의가 어그러졌고, 수습을 해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와중에 정신을 다른 데 둔 것 같은 P선배와, 얌체 같이 구는 L을 상대하느라 정말로 진이 쏙 빠져버리는 날이었다.
- 그리고 미친 C. 겨우 수요일을 쉬며 보냈는데 미친놈이 오늘까지도 지랄을 해대는 통에 목요일 퇴근길까지도 짜증ㅇㅣ 무척 났다. J선배가 약속이 없었다면 저녁 내내 생지랄을 했을 것..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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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이슬아 #류한경

- 일간 이슬아를 읽다가, 수선집 사장님의 말에서 어제의 나에게 필요했던 말을 발견했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조금 울고 말았다.

-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그 사람들 삶도 기가 막혀.”

-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거야, 하는 말이 마음에 꽂혔다. 마음이 뒤틀린듯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거야 하는 관용의 마음을 조금만 가져볼까, 생각했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나날을 보내온 이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종류의 위로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미운 마음을 안은채 보내는 시간이 나에게 남기는 상처에 대해 생각했다. s와 S, P에 대한 생각들을 그래서 조금 옅어지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들도 기가 막힌 삶을 보내는 중이겠지, 생각하면서.

-그리고 금요일, 모든 행사가 끝나고나자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