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1260일차 -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6월 2주차 상담일기 + 3주의 단상

 

• 뭐부터 말해야하나, 막막한 한주.
• 모 차장님에게 들었던 말을 꺼내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월요일 점심, 행사 마친 기념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차장님이 내게 했던 말 두가지가 있었다. 첫째같다는 말과, 알바를 많이 해봤을 것 같다는 말. 모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는 해당이 없는,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말이었다. 그 둘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는데, 나는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알바 얘기에 즉각적으로 마음이 불편해졌다. 물론 자리에서는 웃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천연덕스럽게 물었더니, 책임감이 있어보여서라고 했다. 좋게 말씀하신거겠지만, 내가 느꼈던 느낌은 '악착같음', '바지런함', '사회적 눈치'였다. 그 자리의 누구도 그런 경험이 없는데 나만 갖고 있는 것이, 심지어 나만 그런 경험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한테도 없었으면 좋았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이 꺽꺽 올라왔다.
• 선생님은 내 울음이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돌봄이 필요했던 시기를 혼자 악착같이 버텨야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했다. 몇번 이야기했던 기억들이라 이제는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선생님은 당연히, 앞으로도 여러번 더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보잘 것 없어하는 나의 기억들을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어른의 시간은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결핍이 남긴 흔적이 더 큰, 마냥 아이같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정말로.

 

• 6월 3주는 휴가 일정 때문에 상담을 한 주 쉬었다. 여행 중에도 문득문득 허전함과 우울감이 올라왔다. 물론 다음 일정을 이어가야 하니 오래 빠져있지는 않았지만 몸이 피곤한 와중에도 그런 기분이 스윽 고개를 내밀곤 했다. 그냥 '그래, 또 왔니' 하는 마음으로 흘려보내려고 하였다.
• 속박감, 우울감을 털기 위해 안하던 짓도 했다. 할아버지께 전화걸기. 전화할 때에는 괜찮았는데, 끊고 나니 또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누구에게도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통화하는 건 동생과 조카뿐.
•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영화 <벌새>를 봤다. 은희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자연히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또 버튼이 눌러져버려서 조금 울었다. 뭘 뱉어내야 이런 마음들이 옅어질까. 나는 뭘 더 꺼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