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1358일차 - 공허를 채우는 것

(2021.9.16)

- 야근을 했고, 고향같은 선배들과 무슨 맛인지도 모를 피자를 먹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오랜만에 속이 트이는 대화를 하고서 집에 가는 길, 갑자기 내켜서, 내멋대로 ㅎㅅ선배한테 장문의 톡을 남겼다. 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느꼈었던 복잡한 감정과 이상한 책임감, 이유모를 죄책감 같은 것들. 안다 나도. 이런 죄책감이나 책임감이 나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갑자기 사과의 말을 토할듯 참을 수 없는 날이었다. 아마도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많은 날들이 내 안에 쌓였던 탓이리라.

- 그래서 선배와 앞다투어 아끼는 마음을 내뱉었다. 헛헛한 마음이 조금 차는 것 같았다.





- 내가 비어있는 상태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게 들어찰 마음이 있는거니까. 꼭 알맞은 크기의 위로를 건네줄 사람들이 나에게는 있다. 때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때로는 누군가 내미는 손을 덥썩 잡기도 할 것이다. 나는 공허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내가 나를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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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그리고 이왕 온갖 수다 다 떤 김에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얼결에 이 업무 맡게 되고서 젤 마음 쓰였던게 작년의 일들이었거든요. 분명 선배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한테 상처로 남았을 시간을 나 따위가 이 업무를 대신한다고 해서 보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숙련된 사람들도 했던 실수를 저라고 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선배도 선배대로 분노와 서러움을 안겨줬던 사람이 앉던 위치에 선배가 아끼는 사람(아낀다고 믿을래요!ㅎㅎ)이 앉게 된게 내심 복잡한 마음이 들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도출한 결론은 작년과 같은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제가 잘 하는 수 밖에 없다였어요. 누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배워가면서 하고 있으니까 작년에 겪었던 분노들이 저를 보면서라도 아주아주 콩알만큼 조금이라도 씻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ㅠ 선배는 정말 소중하고 귀한 구성원이고 저는 이전 팀에서 선배랑 친해진게 너무너무 좋고 자랑스러웠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아무도 저한테 그런 오지랖 피우라고 한 적 없지만 자연히 그런 맘이 들더라고요. 암튼 불편하거나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주세요 저희가 또 그런거 잘하잖아요!ㅋㅋ(갑자기 서로 사업 고민 나누던거 생각나고…ㅋㅋ) 일단 해보고 불평하자 주의라서 두달동안 죽은듯 적응하며 시간 보냈는데 오늘 뭔가 선배들때매 수다가 터져부렀어요ㅋㅋ 항상 제 별거 아닌 하소연들 귀담아 들어주셔서 넘 감사해요 재택 격리 넘 갑갑할텐데 쪼꼼만 기다리세유 풀리자마자 술 때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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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진짜 무슨 소리예요.. 저는 그 업무 맡으시고 너무 마음고생 할까봐 걱정이었는걸요.. 3년간 지켜봐 온 ㅅㅎ씨는 남겨놓은 상처들을 하나씩 다 꿰매려고 누구보다 세심하게 일할 게 눈에 선했어요 흑흑ㅠㅠ 부담 주려는 말이 아니고, 그 정도의 신뢰가 있다는 말이에요 회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바닥이었는데..그래도 이러한 결정이 저한테는 큰 위안이었어요! 복잡한 마음 1도 없었읍니다. 그저 걱정뿐,,
- 그 자리에서 보상해야 할 이유도 없고, 실수해도 괜찮아요 백번 천번 말했지만 다들 ㅅㅎ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일도 얼마나 잘하는지 알아서 만약 똑같은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전과 같은 마음의 상처는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ㅋㅋㅋ 그냥 하시던 대로만 하면 됩니다!!! 소소한 행복 잘 챙기면서요 예를 들면 저와 함께하는 모닝 티타임이랄까,,ㅋㅋㅋㅋㅋㅋ
- 열심히 하는 성격 알아서 열심히 하지 말란 소린 안 할게요! 너무 부담 갖지만 마세여 마음 근강이 체고인 거 아시죠?ㅎㅎ제 생각해주는 오지랖 너무너무 고맙고 갬동입니다..💓 저도 ㅅㅎ씨랑 친해진 게 회사생활 하면서 제일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래요 이곳저곳 떠들고 다니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주접이라 자꾸 자랑하고 싶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짱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헤헤ㅋㅋㅋ 아마 ㅅㅎ씨 아니었다면 팀 생활도 더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고, 스스로의 발전도 더뎠을 거예요 여러 면에서 많이 배웠거든요 모르셨져? 후후
-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하소연 완전 별거니까 언제든지 콜때리세요(?) 격리끝나고 술파뤼도 잊지 않겠읍니다. 세상에서 제일 조은 말 = 술먹쟈ㅋㅋㅋ
- 제가 넘 늦게 보내드렸는데 톡읽고 아침에 기분 좋게 출근하셨으면 좋겠어여 화이팅!
- 그리고 아끼는 사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