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매듭짓기 - 18. 그만두게 된 것

 

2020년 매듭짓기 프로젝트(출처 @little2ndroom)

 

18. 그만두게 된 것

거리를 좁히려는 부단한 노력. 불안과 의심이라는 먹구름을 지니고 사는 나는, 마음에 든 누구와든 한없이 거리를 좁히고 싶어한다. 반면 한번 나의 선을 벗어나면 행성 밖에 있는 사람처럼 대해버리지.

어느 이른 아침 ㅅㅈㄴ의 메일을 받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었다. 섭섭하기도, 고맙기도 한 그 진솔한 메일을 계기로, 거리좁히기를 강제로 일시정지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처럼 느껴져서, 서운한 마음에 며칠은 조금 울기도 했다. 배등대에게도 잔뜩 시무룩한채로 투덜댔었지.

상담선생님은 0 또는 100이 아닌 관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주셨다. 어떤 관계는 60, 어떤 관계는 45.7일 수도 있는거라고. 100은 불가능에 가깝고, 61.8만으로도 충분히 포근하고 따뜻할 수 있다고. 30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시작은 갑작스러웠지만.. 날이 지날수록 조금씩 적당한 거리를 두는 방법을 익혀나가고 있다. 선생님의 말처럼, 조금의 거리를 둔 채로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두어번 가졌다. 헤어짐이 아쉽고 지난 날이 사무치게 그리워도 그날의 대화를 귤처럼 까먹으며 지낼 수도 있게 되었다. 조금의 거리를 둔다고 해서 덜 아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조금 아픈듯 편안해진 이 감각이 앞으로의 나 또한 살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