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매듭짓기 - 19. 후회없는 선택

 

2020년 매듭짓기 프로젝트 (출처@little2ndroom)

 

 

19. 후회없는 선택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  좋은 환경에 나를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새로이 시작한 것들이 꽤 많은데, 이사를 하며 환경을 변화시킨 것이 내 삶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면에서 영향을 준 것 같다. 이사오기 전날 밤엔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이런 일기도 썼었다.(쓰다 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만감이 교차하는 밤.

2015년부터 쭉 살아온 집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나의 짐들은 모두 포장되어 박스 어느 한켠을 차지하고 있고, 미처 넣지 못한 짐들도 내일 아침이면 모두 자리를 찾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5년을 내리 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네. 많은 기억이 오고 간 집. 처음 입주하고선 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며칠을 밤마다 훌쩍였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동산 힘도 빌리지 않고 혼자서 집을 알아보러 다닌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이었는지 새삼 놀랍다. 그때로 돌아가 스물 다섯살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스스로를 다독여가면서 더운 여름날의 골목골목을 지나던 나. 더이상 학교에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과 그에 준하는 다른 걱정들에 쫓기듯 집을 구해야했던 나. 집 계약부터 이사 준비까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했던 나. 그 모든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고싶다. 단단하게 추스른 마음은 이사를 마치고 스륵 풀려서, 그래서 울적함을 잔뜩 머금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래도 아직 기억나는 다짐은, 나에게 소중한 기억들을 선물해줄 집이니 시작부터 너무 울적해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놀랍게도, 새로운 집에서 더 많은 새로운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답보상태에 머무르던 삶의 진로를 조금씩 낑낑거리며 틀어보는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나를 살리는 '살림'을 시작한 느낌이다. 상담을 시작했고,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서툴게나마 이것저것 수리도 하고, 눈물나는 날들 사이에서 틈틈이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쥐어주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서야 쥐어주는 중이다. 나에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도 이제서야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