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매듭짓기 2021 - 6월의 에피소드

6. 6월의 에피소드

- 삼순이는 삼식이를 잊고 김희진으로 새로이 시작하기 위해 비오는 한라산에 올랐다. 결국 삼식이와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 산행은 스스로의 새출발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 6월의 나도 한라산에 올랐다. 상반기 내내 스스로를 다독이며 많은 프로젝트를 꾸려온 나에게 주는 상이 필요했다. 말이 좋아 상이지, 사실 도망칠 구석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주일 간의 제주 여행을 떠났다.

- 조금만 더 가면 끝인 것 같은데 아니고,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여정이 이어졌다. 정말 지독스럽게도 이어지는 오르막길 때문에 중간에 몇번을 그냥 관둘까, 생각했다. 다 오르든 아니든 한라산을 밟았다는 것은 변치 않으니까. 애초에 나의 산행에 목적이 있었던가? 있었다한들 정상을 가는 것은 아니었을터였다.

- 그래도 끝까지 갔다. 더이상 오르막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갔다. 그랬더니 파도치는 구름이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쪼그려앉아 조금 울었다. 삼순이와 달리 내게는 새롭게 불리울 이름도 잊을 사람도 없었지만 분명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고, 내리막을 걸을 때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

- 일주일간의 제주 이후 나는 다른 팀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새로운 마음이 필요한 곳이었다. 끝까지 갈 줄 아는 나, 오르막만큼이나 지겨운 내리막도 한발한발 차분히 디딜 줄 아는 나. 제주에서 그런 나를 품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