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매듭짓기 2021 - 4월의 에피소드

4. 4월의 에피소드

- 몇년 뒤 읽으면 후폭풍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4월에 있었던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 쓰는 에피소드. 아마도 2021년 4월은 가장 사랑이 넘쳤던 달이 아닐까 하는게, 사진첩이 온통 그애와 함께 갔던 곳들 뿐이다. 매주 데이트를 하러 쏘다녔던터라 사진도 그에 비례하여 많이 쌓여있네. 평소에도 나를 귀히 여겼지만 특별히 큰 사랑을 느꼈던 날은 엄마아빠와 예정해두었던 데이트가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던 날. 몇 주 전부터 기차와 호텔을 예약해두고, 함께 갈 코스를 구상해왔던 터라 통제 불가능한 이유로 인한 갑작스러운 취소에 깊이 속상했다. 그런 내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다독여준게 그애였다. 그 코스 그대로 사전답사한다고 생각하고 온전하게 보내보자고. 무척 재미있을거니까 속상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말에 눈물을 꿀꺽 삼켰다.

- 그래서 수정과 재헌을 데리러 나갔어야 할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아빠가 맘에 쏙 들어할 것 같아 데려가고 싶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전시를 모든 층을 훑어가며 마음껏 감상하고, 호텔에 짐을 풀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었다. 창밖이 노을색이 될 시간쯤에는 먹고싶었던 딱새우회를 시켜 달큰하게 술도 한잔했다. 속상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듯 덮어졌다. 몇달뒤 엄마가 실제로 오게 되었을 때는 그 코스는 가지 않게 되었지만, 정말 단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처럼 그애가 포근한 기억으로 꼼꼼히 다 덮어두었으니까. 이별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독할 수 밖에 없으니 아마도 이렇게 나를 웃겼던 기억들이 언젠가 나를 울리기도 하겠지. 그래도 이 날은 정말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날이었다.


- 4월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살 것인가였다. 4월에 읽은 책은 인디펜던트 워커(위의 문제의식에 대한 몇가지의 답을 찾았던 책)/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한번에 되지 않는 사람/깊이에의 강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