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여주는 여자_20161012

윤여정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를 보고 왔다.

 

0 줄곧 헬스커뮤니케이션 과제때가 떠올랐다. 성매매라는 주제를 두고 수없이 같은 고민 지점을 팀원과 함께 지나야 했다. 답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무한궤도를. 

영화에서나 그 과제에서나 웃긴 것은, 판매자를 판단하고 시비거는 시선이나 별칭에 비해 구매자를 판단하고 시비거는 시선이나 별칭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창녀'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그것을 산 사람에 대한 명칭도 있어야 할 터인데, 떠오르지 않는다. '코피노'가 태어난다면 그것을 태어나게 한 이에 대한 명칭도 있어야 할텐데, '코피노'라는 단어처럼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명칭이 없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단어라는 것, 호명이라는 것, 프레임이라는 것은 그러고 보면 무척이나,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영화에서도 '윤소영'에게는 여러 이름이 붙여진다. 트렌스젠더 티나에게도 마찬가지. 꽃뱀이라거나 창녀라거나 양공주라거나. 그러나 '소영'에게 대가를 지불한 이들은? 이름이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묘사에 그치거나(ex. 맞춤양복 입으시던!) '개새끼'등으로만 대체된다.(구체성 없는 욕. 진짜로 개의 새끼일리는 없을테니까)

 

1소영에게 blow job을 강요하며 머리를 끌어댕기는 남성. 역시나 헬스컴 과제 당시 생각했던 이슈들이 튀어나왔다.

성을 사고 파는 것이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왜 그 시장은 한쪽 성에만 치우쳐 있는가? 그런 암묵적 강요와 폭력이 '자연스럽게' 자행되는 현장이 어떻게 공정한 거래의 현장일 수 있는가? 소영이 오럴을 제공한다면 상대도 그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하는가? 그렇다면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이 없어야 할텐데 그럼 그 부분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결국 소영은 입을 내주지만 행위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쳐간다.

헬스컴 과제때 주제로 삼았던 노르웨이? 스웨덴??? 캠페인의 요점이 이것이었다. 그 '거래'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폭력이 수도 없이 자행된다는 것. 그렇다면 그 '거래'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것. 누군가는 복종해야하는 구도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정당하거나 공정한 거래의 scene이 될 수 없다라는 것.

 

2소영과 민호의 삶이 모종의 순환 관계를 이룬다. 민호는 코피노. 소영의 자식은 입양보내져 소식을 알 수 없다. 코피노를 함께 만든 의사놈은 아내가 찌른 상처가 깊지 않아 금방 생업으로 복귀한다. 엄마는 구치소에서 머문다. 그 의사놈의 삶이야말로 더러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싸지른' 놈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둘 중 하나만 그 책임을 진다. (불공정거래인 또하나의 이유)

 

3 윤여정 배우의 연기가 미쳤다. 오래오래 연기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