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에 대한 단상_1603 Zootopia

1. 주토피아는 크게 약자로 대변되는 주디홉스가 차별과 편견에 대항해 '토끼경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스토리와 강자로 대변되는 닉 와일드가 역차별과 편견을 깨나가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가 약자를 위한 항변이라면, 후자는 강자 프레임에 갇혀 역으로 차별을 겪는 보통자에 대한 이야기다.

2. 주토피아에서 강자는 강자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주디 홉스의 investigation이 강자의 '본성'을 possible enemy로 지적한 반면, 그러한 '본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자'들은 정작 그러하지 않았다. 그러한 비난에 동조해 자신의 '본성'을 핑계로 약자를 위협하지 않았다. ex. 클로하우저 같은 경찰청 사람들, 닉 와일드 등

그들은 오히려 그러한 차별의 시선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닉 와일드는 so called '본성'을 이유로 악한 자로 돌변하지 않았다. 클로하우저도 마찬가지. 그럴 여지가 있었음에도 이용하지 않았지. 주디가 그러했듯이. 주토피아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심지어 가젤은 강자에 대한 역차별뿐 아니라 약자에 대한 차별에 대항해 싸운다.(존멋). 

현실에서는...... 강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오히려 강자의 횡포를 강화시키고 묵인하는 것 같다. '재벌이니까', 혹은 '갑이니까'라는 변명을 오히려 용인하는 장치로 쓰이는 것이다. 강자도 그러한 암묵적 동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이게 제일 문제). 만약 주토피아에서 주디홉스의 잘못된 지적 이후 클로하우저나 닉 와일드 등의 육식동물이 '본성'을 핑계삼아 횡포를 일상화 했다면? 닉와일드와 주디홉스는 결코 동료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토끼경찰따위는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례나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문제, 아모레퍼시픽의 조세도피처 의혹 등은 모두 강자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된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갑의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