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377일 차 - 위태로운 이야기

지각변동 이후, 새로운 사람들 환영식 겸 Boss와의 간담회를 위한 저녁 자리가 있었다.

지난 1년의 소회에 대해 ‘만끽한’ 한 해라고 표현한 것에 비하여,
2019년의 스타트는 조금 위태롭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우선 일년간 하나의 사업(물론 중간에 간헐적으로 다른 많은 일들)을 하면서 인이 박혔는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꺼려지고 어려워진다.
그런 욕심은 분명 있는데, 구상을 시작하면 반대의 이유가 자꾸만 떠오른다.
완벽주의는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새로운 팀장님은 세련된 형태로 탈바꿈하는 것을 원하시는데, 지금은 사실 조금 벽에 막힌 기분이다.

두번째는 어제 문제의 그 저녁 자리에서 생겼는데,
‘나’로 존재하는 것이 종종 힘에 부치거나 역부족이라고 느껴질때가 있어서 슬프다.
어제의 핫이슈는 단연코 E선배였는데,
H과장님이 E에 대한 칭찬과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 발단이었다.
H의 캐릭터는 늘 그러한 편이긴 했고
술을 마실 때면 그 경향성이 훨씬 짙어지곤 하였으나
어제는 그 정도가 심했다.
더군다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E을 사랑스러워 마지않는 눈길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비해 나는 한켠에 앉은 투명인간 같았달까,
무색무취의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한 것이 딱 1년 쯤 전의 일인데
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저녁이었다.

E의 그런 색깔은 그냥 타고난 것이어서
내가 흉내를 낸들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한다고 해도 같은 색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나의 색이 잘못된 것은 아닐진데
왜 이런 서글픔이 드는지 잘 모르겠다.
어제는 술도 들이킨 탓에 그것이 무척이나 서러웠다.
아무리 진심 담아 다듬은 말들로 표현해도 E의 타고남에는 비할 바가 안되는구나 싶어서 서글펐다.

H이 바라보거나 단정짓고 있는 나의 모습이 싫은걸까?
그게 뭐가 문제야 하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자꾸만 든다.

오늘 B와 점심을 먹으며 이 기분을 토로했는데
착한 내 동기가 성실히 공감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다움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순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있는 그대로 가치롭고
다른 사람의 인정 여부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