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찾아온 미래

 

 

어째 작년과는 정반대의 속도감으로 살아지는 듯한 2020년이다. 너무나 느려서 뭘해도 지루하게 느껴졌던 2019년과 달리 2020년 1/4분기는 딱히 뭘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내 몫으로 예정되어있던 미래가 부지불식간에 닥쳐오는 느낌이다. 작년 한해 느리게 살아낸만큼의 삶을 올해 갑절로 살아내야 하는걸까. 이건 벌인가 상인가.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활동에 수시로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야하는 때인데, 내몫의 미래는 눈앞에서 터지는 폭죽 마냥 이토록 순식간에 닥쳐오고 지나쳐가고 있다는게 아이러니하다. 아니지, 일시정지를 눌러야하는 탓에 더 빨리 찾아오는 걸지도 모른다. 무한정 같은 속도로 플레이 해도 되는 것이었다면 다른 속도감따위를 맛볼 겨를조차 없었겠지. 지금처럼 강제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서야 가능해지는 선택지도 있듯, 자의든 타의든 일시버튼을 누른 그제서야 비로소 올 수 있는 미래도 있나보다.

작년 내내 묵혀왔던 문제는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부동산이 조금 못 미덥긴 하지만 우선 차근차근 절차대로 해나가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이 정도로까지 진행하고 보니 왜 진작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들도 있다. 언젠가는 대면할 일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어 왔음에도 준비되지 않았던 일도 결국엔 일어났다. 나의 준비상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옳은 선택이겠지, 의심하는 마음이 들려고 해서 머리를 휘휘 젓고 조금 울다 잤다.

작년이 약한 바람이 부는 바다를 부유하는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아주 강한 바람이 부는 바다의 항해자가 될 셈인가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날 세운 의심을 조금은 거두고, 앞선 걱정은 조금은 묻어두는 것뿐이다. 어찌 됐든 아주, 아주 긴 항해가 될테니까. 너무 빨리 지쳐버린 항해자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이 글을 다 쓰고 기사를 읽다가 마침 이런 기사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