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매듭짓기 2021 - 12월의 에피소드

12. 12월의 에피소드

- 어른스러운 마음을 먹어보는 겨울이다. 찬바람이 불어도 내 온기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려 이리저리 용을 쓰느라 괴롭기도 허하기도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기도 하다.

- 오늘 이런 글귀를 봤다. 혼란스러우면서도 직접 겪어본 뒤에라야 말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으며, 이같은 확장 후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함이 생겨나는게 내공이라 불리는 것이라고.

- 그래, 직접 겪어보고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나를 넓고 깊게 만들어주겠지. 가끔은 그냥 견디듯 묵혀내야 하는 시간도 있는거겠지.


- 12월의 에피로 기억나는건 포항 여행, 그리고 이사의 흔적이 남은 집을 정리하던 밤.

- 회사에서 밤과 낮을 모두 보내는 나를 끌어내준 선배들 덕분에 포항을 무려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인생네컷 부스 안에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카페도, 대게도 모두 좋았지만 한뼘만한 부스 안에서의 시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사진 속 내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다.

- 동거의 시간을 접고 집을 정리하던 밤도 있었다. 용감했던 내가 남긴 흔적들을 더 용감한 내가 재배치하는 시간. 12월에 나를 넓고 깊게 만든건 이 시간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