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못난 사람이 하고 싶다

 

인생수습 2001일차 - 

 

첫 위원회 회의가 끝난 저녁 나는 크게 울었다. 남들처럼 하기가 싫었고 입 안의 혀처럼 굴기가 싫었고.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대로 꼿꼿하게 회의자료를 채워간 날이었다. 그래도 하나쯤은 공감하는 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떤 것도 채택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굴러온 돌들의 시야에서 결정되었다.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굴러온 돌 렌즈를 끼고 있는 것 같았다. 구가 집에 가는 길 내내 나를 웃겨주려 하였는데 웃다가도 자꾸 눈물이 삐져나왔다. 왜 이렇게 요동치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늘 샤워를 하다 문득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올랐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 악이라는 단어로 부르기에는 너무 누추하다. 구질함의 평범성. 그 앞에서 나는 하릴없이 운다.

위원회 일정이 거듭될수록 나를 잃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들과 똑같이 하려해도, 남들과 똑같지 않으려 노력해도 영영 잃어버리는 나의 조각들이 생길 것만 같다. 이 대단한 ‘위원회’에 속해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끼는 얼굴들이 부대낀다. 이 생각은 이 팀에 오고 옆사람을 만나며 생각한 것들과 맞닿아 있다. 왜 저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지, 왜 저 사람은 저리도 쉽게 뻔뻔하지. 조금이나마의 슬픔을 느끼는 사람은 없는거야? 슬픔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면 못난 사람이 되나. 그럼 나는 그냥 못난 사람이 하고 싶다.

우월감은커녕 자괴감을 느끼면서 일주일 중 두 요일이 지나갈 예정이다. 박차고 나가지도 못하면서 한탄만 하고 앉은게 웃기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활동으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떤 이득을 보게되리라는 것이 싫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어떤 시대엔가는 욕을 먹고 불이익을 보겠지.

아니. 어쩌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수도.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