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의 삶이든 우리는 결국엔 적응한다.

어떤 형태의 삶이든 우리는 결국엔 적응한다.

 

2021년 12월에 써두었던 나의 문장을 읽고 2023년의 내가 운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나의 말에도 기어코 답장이 왔고, 목이 메었고, 그냥 어디 지구 가장 깊은 곳에 푹 꺼져서 화석처럼 굳어버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볕을 쬐고 물을 준 어떤 것이 이렇게 한순간에 끝난다는게 허무하고 공허하다. 더 빨리 했어야 하는 일이 여기까지 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년 전 그날일지도. 한때 나의 등대였던 사람은 언제 이렇게 무너진 것일까. 그 와중에도 답장 속 문장들이 고르고 고른 단어로만 적혀있어서 하루 아침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내가 잔인한 인간인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내 탓이 아니다, 잔인하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마주치고 말 순간의 표정이 어때야 할지는 도통 모르겠다. 잔인한 얼굴말고는 지을 표정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잔인하다’는 표현 조차도 나의 시선이 아닌 타인 중심의 표현이라는 걸 깨닫고 어이가 없어진다.

밥맛이 없어서 천장을 보며 저녁 내내 누워있다가 샤워를 하려 일어났다. 물을 맞는동안 그가 죽는 상상을 했다. 그의 글이 그러하듯 단정한 형태일 것이고 젊고 늙은 사람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고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어떤 이는 망설임 끝에 가지 않기를 택하고 그러나 가지 않고도 간 것처럼 울 것이고 시간은 흐를 것이고 흙이 덮일 것이고 잊혀질 것이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답장이 유서 같았기 때문일 수도. 진심으로 쓴 것이 느껴져서 화가 났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그냥 이 우주에게도.

 

상실을 앞두고 미리 써두었던 문장처럼, 결국엔 적응할 것이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