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나라는 x망

어째서 이렇게나 아등바등해야하지, 남들은 되는대로 막 사는 것 같은데. 기나긴 취업준비 기간 동안 지겹도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용을 써도 되지를 않으니까 마구잡이로 나를 깎아내렸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라는 사실이 그때는 죽도록 막막하고 절망스러웠었다.


무사히 취업을 성공하고 나서, 이런저런 일들로 파도를 만나고 나서, 그때에도 자꾸만 같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나 애쓰는데 왜 이렇게 더디지. 요령을 빨리 체득하고, 어느 일 앞에서건 슬렁슬렁 대충이 되는 사람들을 시샘했다. 그들에게는 행복도 성공도 거저 주어지는 것만 같았다. 고작 나따위가 나의 구원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이 안되는거지 그건. 나 하나 구원하기도 이렇게나 힘든데 남은 어떻게? 그럼 다시 절망이 찰랑였다.


이제 나는 쉽게 잠기지 않는다. 여전히 절망이 찰박이는 날은 있지만 그 속에 하염없이 들어있지 않게 되었다.

나만이 나의 실수를 잡아낼 수 있는 업무를 하루종일 살얼음판 걷듯 들여다보고 집에 와 샤워를 하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이 나라는 사실이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다고. 내가 중요한 일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얼마나 지구력있게 집요해지는지 나는 아니까. 예민하고 섬세하고 포기도 집착도 있는 내가, 나를 구할 사람이라면 꽤나 괜찮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수에 대입해보아도 바로 납득. 회피형 대충러인 그녀의 손에 나를 맡길 순 없잖아? 으엑)


그제서야 저 문장이 더이상 절망스럽지 않다. 오래 간직하고픈 것을 발견하면 부러 길을 둘러가는 어리석늠도, 대충하지 못해서 오래 걸리는 것도, 가끔 지나치게 풍부해지는 것도 그냥 다 내가 나의 구원이기 위해 필요한 자질 같다.

오늘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