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귀찮아서 패스하려고 하다가, 사진첩에 뀰로그 캡쳐해둔게 있어서 해보는 2023 결산.
 
1. 올해의 인물
안담, 장혜영, 이슬아, 요조, 유진목, 정혜윤 정혜윤 정혜윤.
….너무 많나? 그냥 좋아.
특히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유진목의 슬픔을 아는 사람, 안담의 엄살원 읽는 동안 정말정말정말 좋았다.


2. 올해의 공간
호텔 이제. 부산과 경주 모두 방문했는데, 둘 모두에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올 수 있었던 것도, 거기에서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선물 같았다. 같은 것에 기뻐할 수 있다는 것도. 서로에게 꼭 맞는 느낌으로 휴식할 수 있었던 고마운 공간.


3. 올해의 콘텐츠
이동진의 파이어키아. 알고리즘을 하염없이 좇다가 우연히 찾아봤던 영상을 계기로 이동진의 추천 책도, 영화도 보게 되었다.
깊은 사고가 돋보여서 좋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4. 올해의 음식
더덕구이. 아끼는 사람만 데려간 식당이 있다. 나의 비밀 아지트 같은 곳.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것 같은 멋진 공간에서 파는 메뉴는 된장찌개와 더덕구이. 그 무해한 조합이 너무 좋다. 그곳에 데려간 아끼는 사람들의 얼굴도,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좋다.


5. 올해의 소비
열 세번의 구름 프로젝트. 시크릿 미션을 수행하는 느슨한 모임의 재미도 알게 되었고, 가장 바쁜 때에 짬을 내어 하늘을 올려다볼 줄 아는 여유도 알게 되었고. 하늘 잠깐 본다고 바쁜 일이 망해버리는 건 아니니까. 진짜 고되고 지칠 때일수록 한번 더 심호흡하고 가볼 줄 아는 여유를 배웠다. (사실 그게 올해의 일이란 걸 믿을 수가 없네..)


6. 올해의 도전
거리두기. 독이 되는 것을 뿌리치기. 다시는 건너오지 못할 경계에 섰을 때 나 자신을 믿고 한발 더 나아가보기.
야근 줄이기. 이 도전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했고 많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7. 올해의 실패
유튜버의 길. 길게 보았을 때 실패라고까지 하기에는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쨌든 벽에 부딪친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길을 한 번 찾아봐야지.


8. 올해의 단어
키스톤 콤비네이션. 아직도 찌르르한 감동을 주는 단어.


9. 올해의 BGM
요즘 가장 많이 들어서 꼽아본, 태연의 All for nothing. 어떤 날은 그냥 이 곡만 하루종일 듣기도 했다.
많이 허무했나보다.


10. 올해의 발견
단연코, 서핑. 파도 위에 서서 아무것도 걸릴 것 없이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순간의 그 해방감을 잊을 수가 없다. 강릉, 제주, 괌까지. 내년에는 또 어디서 파도를 타게 될까. 내가 이렇게나 바다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서프보드를 차에 싣고 서프스팟으로 가는 셔틀 안에서 잔뜩 긴장을 했다가도, 바다와 파도를 보는 순간 그 해방감이 떠올라서 모든 불안과 걱정을 잊게 되어 신기했다. 그냥 다 괜찮을 것 같았다.


11. 올해의 재발견
god의 길. 왜이렇게 좋나요
레전드 명곡. 나이들고 들으니 더 좋다.


12. 올해의 유행어
빨면 돼.
옷에 티가 묻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내 옷뿐 아니라 타인의 옷에 무엇이 묻는 것도 싫다. 일단 입은 옷은 주름 없이 완벽한 그대로 지키고 싶다. 흠결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고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간다. 옷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지. 그런 나를 한번에 안정시키는 마법의 말, 빨면 돼. 구가 날숨처럼 내뱉는 말인데, 이제는 힘들고 막막한 코너에 다다를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되었다.


13. 올해의 여행
회사 선배, 동료들(이라고 쓰고 친구들)과 떠난 모든 여행. 강릉도 가고 고성도 가고 제주도 가고 심지어 해외도 갔다. 이런 조합으로도 여행할 수 있구나, 싶었고. 각자와 어우러지는 액티비티도 원없이 즐겨서 다채로웠다.


14. 올해의 브랜드
스웨이브와 아로마티카. 처음 사본 수영복 브랜드, 그리고 수영장 가방에 넣어다니는 바디 제품의 브랜드. 수영장에 다니면서부터 아주 작은 성취로부터도 충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3씩 끊어가야했던 레인을 1/2씩 끊어가게 된다거나, 자유형을 킥판 없이 해냈다던가, 샤워시간을 단축했다던가. 수영장 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두 아이템의 브랜드라 골라본다.


15. 올해의 영감
행운 프로젝트. 우리팀에 오고서 처음, 제대로 시도해본 인하우스 프로젝트.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한다의 전형적 예..💡 조직 내의 관계들도 알 수 있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메시지를 남겨준 사람들도 많아서 충전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일을 할 때에 가장 활기차고 빛나는지 알게 되었다.


16. 올해의 중독
타로밀크티, 독서, 길모어걸스, 물놀이.
모든 계절에 있었던 올해의 중독들. 올해는 책도 진짜 많이 읽었고-39권 읽었네- 자주 물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영도 서핑도 다 좋았고 서핑을 좋아하게 될수록 물도 더 좋아졌다. 얼른 날 풀려서 또 서핑 가고싶다.. (서핑친구 구합니다)
수영장 가는 길에 도서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물과 독서를 더 자주 곁들여 즐기게 됐다. 수영장 오픈을 기다리며 수영장 뷰 벤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