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1. 서른 세번째 생일에 들은 말 중 가장 오래 품었던 말은 이 문장이었다. ‘다시 태어난 것도 축하해’. 내가 다시 태어났던가. 그러네, 다시 태어났나보네. 그러네, 축하할 일이네.
11월에서야 허물을 벗듯 이룬 일이 있었다. 상실은 언제나 아프고 회복은 더디니까 그 과정에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분명히 성장이었고 성취였는데, 비어버린 곳이 너무 아파서 이뤘다는 감각은 커녕 뭔가를 크게 잃은 감각만 아리게 남았다. 문장은 그래서 소중했다. 아차, 나 다시 태어나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렇게나 아픈거구나. 이제 믿을 수 없이 새로워지겠구나. 돌아오는 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긴 편지를 보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지나간 것 같은 감각이 든다고. 덕분이라고.


2. 어떤 책에서는 이런 문장을 읽었다.

폐허는 시간이 지나도 폐허로 남는다. 폐허는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응시할 수는 있다. 폐허를 폐허로 응시할 수 있을 때 인간은 성장한다.

내가 오기를 내내 기다리고 있던 문장 같았다.


3. 같은 섬을 한 해에 두 번 찾았다. 이번에는 전에 묵은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내게 되었고 다른 바다를 보았다. 새로운 바다에서의 서핑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현지인에게 배우는 서핑강습을 신청했다. 오랜만에 파도를 탈 생각을 하니까 괜히 긴장되고 텐션이 차는 느낌이었는데, 서핑을 할 곳이라며 데려간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불안했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잊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냥 모두 다 잊어졌다. 바다에 들어가고나서부터는 파도만 보았다. 내가 속도를 맞춰 헤엄칠 파도, 잠시 숨을 고르고 흘려보낼 파도. 그 바다에는 그렇게 두 종류의 파도만 있었거나 있거나 있을 예정이었다.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