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1. 국내외를 오가며 간만에 일 없이 보낸 이주간의 휴가. 회사를 비운 사이 또 인사가 있었고, 모레면 다시 휴일출근 루틴을 이어가야한다. 그간 덮어둔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는 휴가 마지막의 마지막 날.
2. 여행길에 올라서는 조금은 식상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다음 대기 목록 도서는 <사랑의 기술>.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체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가는 요즘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즐겨보는 콘텐츠는 누군가의 뉴욕살이와, 이동진 조승연이 말아주는 세계사와 식문화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촌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적다보니.. 새로운 곳이 절실한 상태인가보다.
3. 여권에 새롭게 흔적을 남긴 여행. 무슨 인연인지 한 해에 두 번을 가야하는 곳이라 여행 내내 부담도 절반, 그래서인지 그곳에 대한 감흥도 절반이었다. 언제나 휴양지파인 나지만 그 안에서도 고르자면 그 지역만의 문화와 스토리가 풍부한 곳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살듯이 여행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지역주민의 생활이 엿보이는 곳이 더 좋은가보다. 그래도 가족끼리 오붓한 여행은 대만족이었다. 각자의 기지로 중간중간 있었던 위기도 잘 넘기고. 행복했다.
4. 계속 여행지에서 지내느라고 매주 가던 수영과 필라테스를 2주나 빼먹었더니 좀이 쑤셔서 근처 필라테스 학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왔다. 그룹 수업을 예약한 거였는데 수강생이 아무도 안 와서 1:1이 돼버린.. 필테를 3년 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실 때부터 살짝 아..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업 내내 온몸을 찢어놓는 줄………….(필테는 사람을 찢어) 덕분에 다음날은 고장난 종이인형처럼 삐걱거리면서 걸어다녔다. 2주치 근손실 회복 완 ^^.. 필테 쌤 초면이지만 수업 스타일이 무척 맘에 들었는데. 곧 만나게 될 나의 뉴 티처도 비슷한 지도 스타일이면 좋겠다.
5. 집에 있는 동안은 밥도 잘 챙겨먹고 잠도 푹 자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루종일 빈틈없이 둘러 싸여있으니 온라인에서 보낼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날씨도 좋아서 틈만 나면 잔디밭에 나가서 뛰고 눕고 걷고 하느라고 누워서 흐르는 콘텐츠를 볼 시간 자체가 없었다. 나의 삶이 꼭 서울에서만 지속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많이 하는 중이다.
6. 엄마아빠가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쉬는 동안 엄마의 옷장을 정리하고 화장대와 립스틱을 사줬다. 아빠랑은 방탈출 후 브런치. 짧게 올 때는 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여유가 있으니까 덩달아 마음이 느긋해서 요리도 몇개. 엄마 허락 없이 냉장고를 정리하다 아끼는 올리브를 버려서 주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버린게 흠이라면 흠인데.. 엄마가 시무룩한 것이 단지 올리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의 세상을 축소시키려는 것도 폄하하려는 것도 아닌데, 나의 방식이 서툴러서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