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_버락 오바마_1702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_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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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내 나는 코레타가 달려가기 직전에 보였던 표정에 시달렸다. 그 실망과 분노의 표정...나는 코레타에게 해명을 하고 싶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그게 과연 진심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알았던 유일한 사실은, 해명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내가 어떤 시험을 당했으며, 내가 어딘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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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침대에 앉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생각했다. 두분은 나를 위해서 온갖 것들을 희생하고 또 희생했다. 당신들이 가진 모든 희망을 나의 성공에 쏟아부었다. 나를 향한 두분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구석은 여태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피부색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두 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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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그들은 인종 통합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일방통행이었다. 소수가 다수에게 통합되고 동화만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었다. 오로지 백인 문화만이 인종을 초월해서 이런저런 온갖 이국적인 요소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오로지 백인 문화에서만 개인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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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대화가 사람을 바꿔놓는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어쩌면 지난 일을 돌이켜볼 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있고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돌아보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중략) 나는 아주 오랜 공백으로 느껴졌던 시간이 지난 뒤에 문득 내가 레지나와 함께 있었던 그날 오후로 다시 돌아갔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때 일은 불안정하게 남아 있었고 얼마든지 다른 모습, 다른 느낌으로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결같고 정직한 나 자신의 한 부분, 즉 나의 미래와 과거 사이에 놓인 다리가 점차 강하고 튼튼하게 자리 잡아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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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나는 그런 훈계에 귀를 닫고 나 자신의 상처에만 골몰했었다. 백인의 권위가 내게 덧씌운 가공의 덫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 백인 세상에, 어린 시절 내가 소중히 여겼던 가치들을 기꺼이 다시 던져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마치 흑인에 대한 백인의 잘못된 생각이 그 가치들을 만들어낸 것인 양. 그런데 (중략) 정직하라는 게 백인의 가치라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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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나와 관련된 문제였다. 나의 두려움. 나의 필요성.

(중략)

결단. 어쩌면 이것일지도 몰랐다. 이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로 하여금 똑바로 서지 못하게 하고 끊임없이 무릎 꿇게 만드는 모든 힘에 맞서는 결단. 손쉽고 편리한 것에 맞서는 결단. 그녀의 눈이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네가 만들지 않은 세상에 갇힌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여전히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 세상에 주장할 수 있어. 너에게는 여전히 책임이란게 남아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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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둘러싼 내 고민의 시작은 인종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은 거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끝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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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젤라가 인식하는 백인과 흑인의 그런 차이를 불행한 과거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안젤라 같은 사람에게는 그 과거가 바로 현재였다. 그것은 계급 간의 연대라는 개념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그녀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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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지도자들로부터 날마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당장 코앞의 쟁점보다 훨씬 먼 곳으로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 사람들이 아무 일도 아닌 듯 슬쩍 내비치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그 사람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배웠다.

(중략)

바로 이런 각성이 있었기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털어놓았고, 그리하여 시카고까지 나를 따라온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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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 보면, 거짓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여유가 가장 없는 집단이 바로 흐인이었다. 이 나라에서 흑인이 생존하려면 망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철칙이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그런 망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개인적이 아니라 공적인, 그리고 일상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영역에서 우리는 그런 확고한 믿음과 솔직함을 내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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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때 나만큼이나 두려웠던 게 틀림없었던 아버지는 과거를 털어내고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때 나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열 살 소년이 가지고 있던 소망을 그에게 털어놓지 못했었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그냥 얼어붙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진짜 모습이 사실은 서로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터무니없이 다르고 또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는 의심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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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쟁을 통해서 나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환경, 예를 들면 재산이나 안전성, 명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의 기쁨을 초월해서,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초월해서, 이전에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을 다시 손에 넣을 때 결국에는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투쟁은 나를 그렇게 계속 전진하게 만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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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피부색이 검어도 앨트겔드나 로즈랜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카일 같은 아이들이나 베르나데트와 새디 같은 나이 어린 어머니들이 어떻게 되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것,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옳은 일을 하는 것, 고통 받는 이웃에게 의미 있는 것을 전하고 그 고통을 치유하는 데 동참하는 것, 이런 일들을 하려면 흑인이라는 공동체에 귀속감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다른 무엇이 필요했다. (중략) 신념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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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있다고 쳐. 이 물고기는 새처럼 하늘을 날려고 하지 않아. 다른 물고기와 함께 헤엄을 치지.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 알아. 만일 내가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내가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아마 내가 느끼는 감정에만 충실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빠져들 거야. 하지만 내가 자란 세상은 그렇지가 않았어. 나는 내가 보고 자란 것들만 알 뿐이야. 내가 보지 못한 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이란 말이다.

(오바마 할머니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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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무덤 앞에 앉아서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그제야 정적이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을 구분하는 동그라미가 완전히 닫히는 걸 느꼈다. 내가 누구이고, 또 내가 누구를 돌보고 보살피는 것은 지성이나 의무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보낸 내 삶을 돌아보았다. 흑인으로서의 삶, 백인으로서의 삶, 소년 시절의 자포자기적인 절망, 시카고에서 목격했던 분노와 희망... 이 모든 것들은 대서양 건너 멀리 떨어진 이 작은 곳과 이어져 있었고, 내 이름이나 피부색을 훌쩍 뛰어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느낀 고통은 아버지가 느꼈던 고통이었다. 내가 던진 질문들은 내 형제가 던졌던 질문들이었다. 그들의 투쟁은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 귀속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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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히는 것이 보통 가장 좋은 교정 작업이지. 때로 나느 식민주의가 저지른 가장 나쁜 짓이 우리가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백인이 없었다면 우리의 역사를 더 잘 활용했을지도 몰라. ~ 하지만 불행하게도 백인은 우리를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렸어. 그래서 우리는 현 시대에 더는 유용하지 않은 것들을 붙잡고 매달리고 있어. 마치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야. 일부다처제, 토지에 대한 집단 소유권 제도.. 이런 것들이 예전에는 매우 유용한 제도였어. 하지만 이젠 남자나 정부가 휘두르는 착취와 억압의 도구일 뿐이잖아.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서구 이데올로기에 감염되었다는 말을 듣는단 말이야.

695 (오바마가 만난 케냐 역사학자의 말)

법은 옹색한 규칙과 난해한 과정을 복잡한 현실에 적용하는 것 같아서 법 공부를 하며 때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오로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신들이 처한 환경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법은 기억이기도 하다. 법은 한 국가가 양심을 둘러싸고 벌이는 길고 긴 대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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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들이 제발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인정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은 내 삶의 모습을 형성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들, 때로 밤늦게 내가 아버지에게 던진 것과 똑같은 질문들을 한다. (중략) 법률 서적에서 내가 찾은 대답들은 늘 만족스럽지 않았다.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심이 편의주의와 탐욕에 짓밟히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수많은 목소리들에서 격려를 받는다. 그 숱한 질문들이 제기되는 한, 우리를 강하게 묶어주는 힘이 결국 승리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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