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12 드디어 찾은 주말 루틴

• 1월부터 주말 틈틈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집에 붙어 지낼 겨를이 도무지 없었다. 어딜 가지 않는 주말이 와도 토요 출근을 해야해서 결국 평일과 다름없는 토요일을 보내기 일쑤였고. 간신히 비운 일요일 하루는 밀린 잠과 필라테스 수업이 전부.
• 그러다 마침내 아무런 약속도 없는 주말을 두차례 보냈다. 백지 같은 주말을 보내고 나자 드디어 내게 딱 맞는 루틴을 완성한 느낌이다. 수요일에 대선으로 하루를 쉬어간 것도 편안한 주말 감각을 되찾는데에 한몫했다.

 

 

 

 

 

•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넉넉한 잠을 자는 일. 주말만큼은 아침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잔다. (그래도 자동으로 출근시간에 눈 떠지는 마법.. 평일엔 안그러면서 주말에만 왜 구래요?)일어나면 우선 눈을 떴을 때 생각난 음악을 틀고, 내몫의 아침을 차린다. 오늘의 메뉴는 홈메이드 토마토 스프! 핸드블렌더가 없어서 그냥 적당히 뭉그러뜨린 토마토가 듬성듬성한 채로 먹었다. 오히려 좋아~! 씹는 맛 있고 ^^.. 우리의식탁에서 본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반숙으로 삶은 계란이랑 건강하게 먹은 아침.

• 요즘은 배달음식을 줄이고 있다. 가득찬 냉장고를 순환시키고 싶기도 했고, ㅂ이 주말마다 차려준 저녁상이 나를 위한 끼니를 지어먹는 산뜻한 마음가짐을 일깨워줬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평일에도 야무지게 집밥을 차려먹는다.(물론 디저트는 가끔 시켜먹음...희희... 오늘 간식은 잠봉뵈르, 그리고 레이디그레이 티) 너무너무 귀찮아도 그냥 일단 움직여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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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고 나면 기름기 없는 아침식사 그릇들을 뽀송하게 씻고, 몸을 움직인 김에 집의 창을 모두 활짝 열고 청소 타임. 청소기도 돌리고, 먼지가 쌓인 곳도 구석구석 닦고, 햇살이 좋으면 빨래도 얼른 돌리고.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읽다 접어둔 책도 책장에 꽂고, 평일 저녁에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벼르던 집안일도 해본다. 벼르는 집안일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고, 평일 저녁은 밥 먹고 공부하기에도 짧으니 주말에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게 기분이 좋다. 지난 일요일에는 이불 빨래를 했고, 수요일에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가는 몬스테라를 분갈이 해주었고, 오늘은 현관 청소를 했다. 현관이 깨끗해야 복이 들어온다던데. 이번주의 복이 한톨도 안 새고 잘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 청소를 마치면 샤워. 따듯한 물로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고 안락의자에 앉으면 달큰한 잠이 몰려온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이 한숨 자는거지.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차 한잔 마시면서 평일에 찔끔찔끔 읽던 책도 마저 읽고, 드라마와 영화도 보고. 지지난주에는 접속을 봤고 오늘은 소년심판을 마무리했다.(연기는 너무 좋았지만 아무리 서사를 갖춰도 날 것 그대로의 혐오를 말하는 대목에선 매번 깜짝깜짝 놀라버렸다. 마지막화 마지막 장면도 뭔가 감동을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지점 때문에 딱히 감동스럽지가 않았다.ㅠ)

 

• 사이 중간중간 각 잡고 앉아 노동법 공부도 하고, 중간에 잠깐 침대에서 뒹굴시간도 갖고, 좋아하는 코스로 밤 산책까지 마치면 토요일 끝. 일요일은 여기에 필라테스 한 시간이 추가된다.

 

 

 

• 새로운 풍경을 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는 주말도 소중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자그마한 낙서들을 채우는 것 같은 조용한 주말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래서 기록해보는 주말 루틴. 일상이 뒤틀리는 느낌이 드는 날 다시 읽어보고 내게 꼭 맞게 아늑한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