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3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진짜 최선을 다하면 그 순간 자신에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말과 일을 통해서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한없이 투명해진다는 것. 그 누구 앞에서도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지 않는 자는 유죄다. 지금 이 순간, 뛰지 않는 가슴들도 모두 유죄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많은 공기를, 더 많은 바람을, 더 많은 서늘함을 요구해야만 한다. 잊을 수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이 맛보아야 한다.

-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 지난 일기와 맞닿아있기도 한 오늘의 단상.
• 주말 틈을 내어 벚꽃놀이를 하고왔다. 갈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고향. 오빠가 하고 싶다고 했던 벚꽃 데이트를 마침내 하게 되다니. 날씨도 좋고, 꽃도 만개했고, 휴가도 냈고. 벚나무 아래를 손을 잡고 걸었다. 발이 아파도 괜찮았다. 오빠랑 이 예쁜 길을 같이 걷고 있으니까.

• 오빠가 하고 싶다는건 다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오빠는 매일 통증이 있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얼마 전 저녁을 먹으며 기산일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아무래도 통증이 심해지는 느낌이 드는 날에는 하려던 말도 조금은 삼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던 그다. 지난주 월요일 그가 동생과 보낸 술자리에서도 통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는데, 그가 슬쩍 깊은 진심을 비춘 적이 있다. 나 여전히 너무너무 아픈데,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나도 걱정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걱정 받는 사람 말고. 그 말이 참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에게 했으면 했지, 가족에게 이야기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일도 있는 법이니까.

• 술이 취할 때마다 그는 오래도록 밤공기를 느끼며 걷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도 언젠가 나에게, 걸을 수 있을 때 맘껏 걸어두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터다. 벚꽃장 가보고 싶다고, 토실한 밤 벚꽃을 보고싶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했던 날의 카톡을 다시 읽었는데 그날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다. 볼 수 있을 때 보고싶다고.

• 끝이 코 앞에 다가온 느낌, 유한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이 있었나보다고 짐작했다. 나한테보다 훨씬 더 크게 와닿을 느낌이겠지. 너무 아픈 순간이 아니었음 좋겠는데, 왠지 그 순간 매우 저리고 슬픈 마음이었을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려한다. 그는 항상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이야기해준다. 현실에 잠겨 그 사실을 까먹으려고 할 때마다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너는 정말 귀한 사람이라고, 지금 이 위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애썼는지 아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나도 덩달아 그와 보내는 모든 시간이 좋아져버린다. 매 분 매 초가 다 귀하게 느껴져서, 한 순간도 그냥 대충 휘휘 보내고 싶지가 않다. 어바웃타임 주인공처럼 신통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헤르미온느의 시계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 오늘과 똑같은 오늘은 다시는 없을테지.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사랑 가득한 마음 그대로 찰랑거리고 싶다. 함께 좋은 것을 보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드라운 머리칼 한번 더 쓰다듬고, 옆으로 누워 곤히 자는 숨소리에 내 숨소리 한번 더 보태보고. 매일 그렇게 가득하게 보내고 싶다. ..사랑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