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확장

2022.05.30


편안하면서도, 새로이 알게되는 넓고 깊은 대화.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세계관의 확장을 겪은 한 주간의 이야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칸에서 수상한 이야기를 하다, 같은 감독의 두 영화(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콕 집어 이야기한 배등대. 나는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리고 원작 만화를 이야기했다. 감독의 주된 관심사를 이야기하다 타래로 떠오른 것이 감독이 낸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이 책 이야기를 하자 등대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3년 전인가, 아크앤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제목이 맘에 들어 몇장 들춰본 것이 전부이고, 마침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애독하던 중이었던터라 마음속 독서 리스트에 올려놨던 책. 당시 책장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던 중이어서, e북 버전을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구매까지 하지는 않았었는데 3년이 지나도 여전히 궁금하고 여전히 읽고 싶은 걸 보면 사람 취향 정말 안 변한다.. 아무튼 브로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3년 전에 본 책으로까지 이어졌다.






- 알고리즘 확장의 사례는 이것 말고도 있었다. 꽃보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유희열의 모습에서 얻었던 훌륭한 리더의 면모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의 글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아가 그가 했던 프로그램 중 밤과 산책과 대화가 모두 어우러진 ‘밤을 걷는 밤’ 이야기를 했고, 동명으로 출간된 그의 에세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마침 바로 며칠 전에도 밤과 산책(그냥 산책 말고 서울 골목길을 걷고 동네의 면모를 살펴보는 산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그 프로그램을 이야기했던 터라 이번주 대화의 흐름이 신기했다.





- 2021.2월의 매듭짓기에서도 아래와 같은 문장을 썼었다.

- 입사 초반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배등대와 ㅈㅁ실장님과 책 이야기를 하다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알게 되었고, 사회적 책임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품게 되었고, 인권 지향 사업과 행사를 맡게 되고, 그게 또 국민 중심 사업을 담당하게 되는 물꼬가 되었고….. 그리고 확실히 그 일을 맡아 본 이후의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 온갖 종류의 큐레이션이 눈코뜰새 없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인도하고, 필터버블에 갇히기 그 어느 때보다 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계관의 확장은 결코 편한 일일 수 없다. 낯설고, 내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하니까. 그럼에도, 이번주의 경험들을 관통하는 감정은 분명 개운함이었다. 블라인드 스팟에 핀조명을 켜는 느낌. 유의미한 자극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내 안에 만들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것이 나를 채우고 확장시킬까. 나로부터 뻗어나가는 것들은 무엇일까. 부디 개운한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 (사실 이런저런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뀰로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좋은 생각, 좋은 영감들 사이에 나를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