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습 1698일차 - 생채기

- 온갖 말들이 마음 안에 한 겹 한 겹 베인 자국을 만드는 것 같다. 때로는 팀을 향해, 때로는 특정인을 향해 쏟아지는 말들을 무시하고 싶지만 번번이 나는 실패한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 어쩐지 주눅이 들고 영 자신이 없어져버린다. 그 모든 말과 시선을 유체이탈하여 소화해낼 수 있는 날이 오긴 올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기도하지만 이런 날은 연민에 빠지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다섯시에 눈을 떠야했어도 분명 아침 시작은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날 선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겹겹이 그어지는 기분이 든 하루였다. 새벽 일찍 나와야하니 화가 나는 것, 안다. 추가된 시간만큼 회사에서 버텨야하는게 쉽지 않은 것쯤은 나도 안다. 기계가 아니니까, 같은 사람이니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하던 일을 모두 접고 건설적인 답변을 하기 위해 온종일 애써야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겠지. 모를리가 없다. 알지만 알고 싶지 않겠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어찌 이렇게 다른지.


- 14시간을 일했다. 운좋게 차를 얻어탄 퇴근길에는 운전자의 배려를 빌려 잠자코 창밖만 바라봤다. 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만 멍하니 세는데 자꾸 눈물이 고였다. 잔뜩 긁혀서 헤집어진 마음에 물이 자꾸 맺히나보다 했다. 머릿속으로 좋아하는 노래의 음을 되짚었다. 집에까지 이런 마음을 가져가고 싶지 않은데, 하면서. 야근을 하며 급히 먹은 샌드위치가 체했는지 집에 도착하니 갑자기 구역이 났다. 잠시 게워내니 눈물은 맺혔어도 속은 한결 시원했다. 쌓인 말들도 함께 물에 흘려보내고 싶었다. 잊고 싶은 이야기들도 자고 일어나면 그냥 어느날의 개꿈처럼 홀라당 까먹어버리고 싶었다. 그러질 못해서 운다. 토해내지도 소화시키지도 못해서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