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할거야 요일

3월 첫 주 일기
 
 

1. 백팩을 메고 나오길 잘했다. 갑자기 도서관이 가고 싶어져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책을 잔뜩 빌렸다. 이미 들고 나온 책이 한 권, 새로 빌린 책이 다섯 권. 모두 다른 주제로 빌렸다. 3월의 눈에 들어온 책은 아래와 같다.

• 이슬아, 날씨와 얼굴
• 김초엽, 책과 우연들
• 김민식, 집의 탄생
• 쩡찌, 땅콩일기
• 신승은, 아무튼 할머니
• 카트리네 마르살, 지구를 구할 여자들

 

2.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할거야 요일이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간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넘어온 아무 일정도 없는 토요일. 해가 뜬 후 일어나 모닝 리추얼을 하고, 얼그레이 밀크티 먹으면서 동생이 예매해준 영화를 보고 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국장님이 영화 후기를 들려주며 정적이 흐르는 장면에서 모두가 울었다고 말했는데, 정말이었다. 작은 영화관에 띄엄띄엄 앉은 다섯이 모두 각자의 울음을 울었다.
 
 
 
 

3. 만화책이 잔뜩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도 말했듯 바닥에 기대듯 누워 종이책을 넘기는 감각이 나에게는 방학이다.) 도서관으로 발이 향한건 그래서이다. 슬램덩크와 나나 만화책이 있다면 빌리고 싶었지만… 없었으므로 다른 책을 읽어본다. 작년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리추얼을 하나씩 만들고 지키는 중인데 그 중 하나가 책 읽기이다. 원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리추얼’화 한 것은 그냥 책읽기가 아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면 종이 책을 읽기,가 나의 리추얼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잘하고 있는 것 같긴한데 마음 한편에선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손에 잡히는 것을 들고 읽는다. 올해 새로 추가한 것이 있다면 하루 딱 10페이지, 열쪽만큼이라도 읽자는 것이다. (하루 열장 읽은 책을 기록하는 열쪽달력도 만들었다.)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빌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해가 질 쯤 집에 가야지. 따뜻한 물로 아늑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어야겠다.

 
 

4. 누군가는 텐텐 한 줄을 하루만에 다 먹어버리고도 더 살 수 있을 때 어른이 된 감각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나나 만화책 전권을 주문했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뿐. …미쳤다 너무 으른이다.
 
5. 목욕, 만화책, 새소년의 눈. 오늘의 내가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