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 in the air🌿

11. 11월의 에피소드 - 태어나는게 뭐라고. 내 뜻으로 태어난 것도, 내 의지로 내가 된 것도 아니고, 노랫말처럼 겨우 자라 내가 되었을 뿐인데도 생일주간은 늘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받는 사랑에도 주는 기쁨에도 한없이 너그러워지기만 하는 주. - 올해는 풋살과 함께 한주 내내 시간을 보냈다. 원없이 사랑받는 기분을 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느끼게 해줘 고마웠다. 분명 무척이나 바쁜 주였는데, 알차게 만끽한 기분이다. - 나는 이제 더이상 대차대조표를 쓰지 않는다.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그리하게 되었다. 그저 매일을 생일처럼 행복해야겠다고 생각할뿐이다. 양 팀장님이 주신 생일카드에도 그런 글귀가 있었다. ‘사랑하는 —씨 생일을 온 맘으로 축하합니다. 행복한 생일 보내길, 생일 아닌 날도 행복하길.’ 생일..

dailylog 2021. 12. 21. 08:35

10. 10월의 에피소드 - 10월에는 사건들이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어 한달을 내리 방황했던 것 같다. 그 모든 일들이 내 스스로 놓은 덫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야만 했다. 사과도 받았고, 진심을 담은 대화도 나누었는데 아직 완전히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두달 남짓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는 꽤 많이 회복한 것 같다. 올해를 시작할 때 회복탄력성이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는데, 제법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 환승연애를 보고,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다.

dailylog 2021. 12. 18. 18:37

9. 9월의 에피소드 - 9월엔 청평이 있었고 청계천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여물어버렸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이 주렁주렁 풍성했다. 그래서 하염없이 산책을 했다. 아마도 산책을 가장 많이 한 달이 아닐까. 줄곧 여름을 싫어했던 내가 늦여름의 공기가 끝나는 걸 아쉬워하게 된건 모두 그 산책들이 남긴 흔적이다. - 모닥불을 피워 마시멜로를 구워먹고, 노곤하게 햇살을 맞으며 누워있던 시간이 요즘도 계속 떠오른다. 숨 쉴 공간이 없어질 때마다 그때의 시간을 떠올린다. 그 시간이 과거이자 미래라면 좋겠다. 앞으로의 날들도 그리 흘러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는 단골이 된 을지로 카페에서의 시간도 영롱했다. - 살다보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는 일들도 많다는걸 알게 된다.

dailylog 2021. 12. 12. 19:42

8. 8월의 에피소드 - 사랑도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상담 선생님이 자주 일깨워주는 말이다. 사랑을 할 때에도 의지를 갖고 해야한다고. 사랑에 빠질 때의 우리는 오래오래 자동으로 열렬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그런 날은 얼마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 ㅁ이도 나도 각자의 생활에 지쳐있을 때였지만 의지를 내어 성수동 데이트를 했다. 우리 사이에 생활이 들어온 뒤 모처럼의 각잡은 데이트였다 - 숲멍을 때리며 책을 읽고, 예쁜 편집샵들을 구경했다. 예약해둔 와인바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지친 일상에서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삶이 바빠 따라잡지 못한 평일의 공백들을 채웠다. 다음날의 숙취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날도 괜찮았다.

dailylog 2021. 12. 12.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