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날, 틈사이로 엿본 나의 미래

https://youtu.be/Z-zdIGxOJ4M

show you the way

스갱이와 사주를 보러갔다. 작년 이맘때에 타로 겸 사주를 봤었으니, 꼭 일년만의 일이다. 내가 보아온 사주 선생님 중에 가장 너른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장 돈과 멀리 있는 느낌이었기도 하고, 오래 기다렸을 우리에게 한마디 건네셨는데 그 한마디가 무척 따뜻했다. 사주 선생님은 하얀 종이에 쓱쓱, 나의 생년월일과 알 수 없는 한자들을 썼다. 인상 깊었던(좋았던)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 힘든 것 다 지나왔다. 가진 능력치에 비해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억눌리는 시기가 걸쳐있는 사주다. 인정받지 못해 마땅찮은 그 시간을 인내하면서 너무 잘 보내왔다. 그 덕으로 35살부터는 창창하다. 지금부터 서른다섯까지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하면 된다. 지금보다 더 안정되고 중심 잡히게 될 것이다. 특히 마흔 이후에 이르면 삶에 윤이 나고 분명히 번듯해진다.

- 올해는 좋은 해다. 올해 7,8월에 좋은 일이 있었나? (기억이 안난다고 하자) 7,8월에 없었다면 올해 12월에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회사에서 능력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본인이 가장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돈을 굴리거나 돈과 관련한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해야 잘 맞다. 꼭 금융과 관련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돈과 관련한 일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지금 돈 흐름을 만지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 무척 잘 된 일이다. 부서가 바뀌더라도 돈을 만지는 일을 해야 한다.

- 취미로 글을 쓰는 것은 좋다. 사고가 확장되고 깊이를 더해주는 일이므로 틈틈이 되는대로 써라.

- 시험 준비든 무엇이든 하면 좋다. 하면 되는 사주다. 내키는 것 무엇이든 해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라.

- 당신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주거나 그런 사람이라서 돈을 못 모은게 아니다. 그간 주위 사람들에 보탬이 되느라고 돈이 모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모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 지금처럼 필요한 때가 있으면 그냥 써도 된다. 더이상 부양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고, 돈은 자연히 모인다. 잘 해왔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힘든 시기 잘 인내해왔다고 하는 말에 갑자기 목이 뜨거워졌다. 내가 살아온 결을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이런 종류의 위로를 얻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날도 많았었는데, 저 말 한마디가 참 큰 위로가 되었다. 한편 어떤 말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그다지 파동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한 나의 신념이 견고하다는 걸 새삼 알았다. 조금 필터링해서 들었다. 12월에 이루어질 것 같다는, 지금 내가 가장 소망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으로서는 균형 잡힌 삶에 대한 열망, 외로움을 현명하게 잘 견디어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외에는 솔직히 별다른 바람이 없는 것 같다.



주거 문제는 늘 걱정되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주 선생님이 저 질문을 던졌을 때에 곧바로 떠오르는 대답은 아니었다. 사주를 보러 가면서 어떤 질문을 할까 고민할 떄 지나갔던 생각은 팀 내에서 어중간한 포지션을 벗어나고 싶다,이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 조금 소극적으로 임해온 것 같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 되었는데 그런 것들도 12월에 해소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저 유사 통계학일뿐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30분 남짓으로 갈팡질팡 나조차도 모를 마음이 갑자기 정리된 기분이 들었다. 30분만에 수중에 없던 자신감을 벌어온 느낌이다. 어제 늦은 밤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정처없이 쏘다닌 탓에 오늘은 조금 외로운 마음이 드는 일요일이었는데 얼른 짐을 챙겨서 밖에 나와서 뭐라도 끄적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를 나를 믿자. 나에게 힘을 주자.